'마약과 유혈전쟁'을 벌이고 있는 필리핀이 새로운 전쟁을 시작했다. 상대는 서민의 대표적 교통수단인 '지프니'다.
필리핀 정부가 노후 지프니의 퇴출을 추진하자 운전자들과 영세 제조업체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지프니 퇴출 문제를 두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등 주요 외신들은 "필리핀의 명물이자 골칫거리인 지프니가 중대 기로에 섰다"고 보도했다.
지프니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군이 남겨둔 군용 지프를 개조한 차량이다.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필리핀에서 지프니는 반세기 넘게 곳곳을 누비며 하루 수백만 명을 실어 나르고 있다. '서민의 발'이자 '도로의 왕'으로 불린다.
긴 의자에 마주 보는 식으로 20~30명 정도가 앉고 일부는 지프니 지붕 위에 올라탄다. 현재 필리핀에서 운행되는 지프니는 23만4000대로 추산된다.
하지만 지정된 노선이 없다 보니 운전사가 난폭 운전을 일삼아 사고가 잦고 교통 정체를 유발하는 주범이어서 '도시의 골칫거리'라는 오명도 따라 붙는다. 필리핀 교통 당국은 "최근 주요 도시에서 교통 체증으로 매일 41억페소(약 882억원) 상당의 경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지프니가 뿜어내는 배기가스로 인해 공기의 질이 악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프니를 당초 싹 쓸어버릴 기세였지만 운전기사와 제조업체들의 반발에 부딪혀 단계적으로 퇴출시키기로 했다. 필리핀 정부는 15년 이상 된 지프니는 내년부터 운행을 금지하고, 지프니 소유주들에겐 신형 차량으로 교체할 수 있도록 대출을 지원한다.
정부가 선보인 '신형 지프니'는 오염가스 배출이 적고 안전벨트와 전자 결제 시스템 등을 갖췄지만 외관은 '미니 버스'에 가깝다.
문제는 가격. 기존 지프니의 시세는 50만페소(약 1000만원)인데 신형 차량 시제품은 120만~160만페소(약 2500만~3400만원)로 2~3배 비싸다. 이에 비해 정부 지원금은 한 대당 8만페소(약 170만원)에 그친다. 정부 예산을 모두 쏟아부어도 교체 가능한 지프니는 2만5000대 수준으로 전체의 10%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지프니가 퇴출되면 운전기사는 일자리를 잃고 제조업체들은 빚더미에 앉거나 도산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결국 기존 지프니 시장은 대기업이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프니 현대화는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지프니 요금은 마닐라 기준으로 8~10페소(약 150~210원)다. 지프니 운전기사들이 차량을 새것으로 바꾸려면 요금을 최소 20페소(약 430원)로 올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프니는 필리핀의 서민 경제를 지탱하는 전통 제조업으로도 볼 수 있다. 대부분 영세 중소기업이 지프니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자(父子)가 대를 이어서 가업(家業) 형태로 지프니를 만드는 경우도 많다.
군용 지프 공급이 중단되면서 최근엔 일본 디젤 트럭을 개조해 지프니로 변신시키는 게 일반적인데 상당한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NYT는 전했다. 지프니의 요란한 외관도 필리핀 트렌드가 담긴 것이어서 '세상에 같은 지프니는 없다'는 말도 있다. 39년 전 아버지가 세운 지프니 제조회사를 물려받은 에디슨 라오 씨는 "지프니는 필리핀 기능공들의 솜씨로 완성된다"며 "필리피노(필리핀 사람)의 독창성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지프니는 관광 명물이라는 평가도 있다. 관광산업은 필리핀 경제의 또 다른 축이다. 지프니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즐겨 탄다. 국내에서도 한류 스타 2NE1(투애니원) 멤버 박봄이 산다라 박과 필리핀에서 지프니를 타는 사진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필리핀을 방문했을 때 지프니를 타고 행사장에 입장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따라서 잘 활용하면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수상버스 '바포레토'나 영국 런던의 '빨간색 2층 버스'처럼 마닐라를 상징하는 교통수단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NYT는 "지프니 제조·운영업체들은 이대로라면 다음 세대엔 지프니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한숨을 쉬고 있다"고 전했다.
필리핀 정부가 노후 지프니의 퇴출을 추진하자 운전자들과 영세 제조업체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지프니 퇴출 문제를 두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등 주요 외신들은 "필리핀의 명물이자 골칫거리인 지프니가 중대 기로에 섰다"고 보도했다.
지프니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군이 남겨둔 군용 지프를 개조한 차량이다.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필리핀에서 지프니는 반세기 넘게 곳곳을 누비며 하루 수백만 명을 실어 나르고 있다. '서민의 발'이자 '도로의 왕'으로 불린다.
긴 의자에 마주 보는 식으로 20~30명 정도가 앉고 일부는 지프니 지붕 위에 올라탄다. 현재 필리핀에서 운행되는 지프니는 23만4000대로 추산된다.
하지만 지정된 노선이 없다 보니 운전사가 난폭 운전을 일삼아 사고가 잦고 교통 정체를 유발하는 주범이어서 '도시의 골칫거리'라는 오명도 따라 붙는다. 필리핀 교통 당국은 "최근 주요 도시에서 교통 체증으로 매일 41억페소(약 882억원) 상당의 경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지프니가 뿜어내는 배기가스로 인해 공기의 질이 악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프니를 당초 싹 쓸어버릴 기세였지만 운전기사와 제조업체들의 반발에 부딪혀 단계적으로 퇴출시키기로 했다. 필리핀 정부는 15년 이상 된 지프니는 내년부터 운행을 금지하고, 지프니 소유주들에겐 신형 차량으로 교체할 수 있도록 대출을 지원한다.
정부가 선보인 '신형 지프니'는 오염가스 배출이 적고 안전벨트와 전자 결제 시스템 등을 갖췄지만 외관은 '미니 버스'에 가깝다.
문제는 가격. 기존 지프니의 시세는 50만페소(약 1000만원)인데 신형 차량 시제품은 120만~160만페소(약 2500만~3400만원)로 2~3배 비싸다. 이에 비해 정부 지원금은 한 대당 8만페소(약 170만원)에 그친다. 정부 예산을 모두 쏟아부어도 교체 가능한 지프니는 2만5000대 수준으로 전체의 10%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지프니가 퇴출되면 운전기사는 일자리를 잃고 제조업체들은 빚더미에 앉거나 도산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결국 기존 지프니 시장은 대기업이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프니 현대화는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지프니 요금은 마닐라 기준으로 8~10페소(약 150~210원)다. 지프니 운전기사들이 차량을 새것으로 바꾸려면 요금을 최소 20페소(약 430원)로 올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프니는 필리핀의 서민 경제를 지탱하는 전통 제조업으로도 볼 수 있다. 대부분 영세 중소기업이 지프니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자(父子)가 대를 이어서 가업(家業) 형태로 지프니를 만드는 경우도 많다.
군용 지프 공급이 중단되면서 최근엔 일본 디젤 트럭을 개조해 지프니로 변신시키는 게 일반적인데 상당한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NYT는 전했다. 지프니의 요란한 외관도 필리핀 트렌드가 담긴 것이어서 '세상에 같은 지프니는 없다'는 말도 있다. 39년 전 아버지가 세운 지프니 제조회사를 물려받은 에디슨 라오 씨는 "지프니는 필리핀 기능공들의 솜씨로 완성된다"며 "필리피노(필리핀 사람)의 독창성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지프니는 관광 명물이라는 평가도 있다. 관광산업은 필리핀 경제의 또 다른 축이다. 지프니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즐겨 탄다. 국내에서도 한류 스타 2NE1(투애니원) 멤버 박봄이 산다라 박과 필리핀에서 지프니를 타는 사진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필리핀을 방문했을 때 지프니를 타고 행사장에 입장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따라서 잘 활용하면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수상버스 '바포레토'나 영국 런던의 '빨간색 2층 버스'처럼 마닐라를 상징하는 교통수단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NYT는 "지프니 제조·운영업체들은 이대로라면 다음 세대엔 지프니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한숨을 쉬고 있다"고 전했다.
By McK 엠씨케이, LIVE in Philippines 070_7443_6332
답글삭제지프니는 2차 대전 중 이 지역에 주둔하던 미군이 남겨두고 간 지프 차량에 종교적 구호나 별자리 문양, 가문의 이름 등을 적어 화려하게 꾸민 교통 수단이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정부가 이달부터 15년이 넘은 지프니에 대해 운행 중단을 요구하면서 지프니 운전사와 소규모 운수업자들은 졸지에 생계 수단을 잃을 처지에 놓였다.